오래전 친구에게..

2024. 3. 28. 13:12오늘하루

오래전 친구에게..

잘지내요?

저  한이입니다.
전화번호는 예전에 사용하던 다른 개인 전화번호에요.
2016년 12월 29일 이후.. 간간히 당신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지만....

오늘은 그냥 읽어줄레요?
항상 당신 생각 많이 했었습니다.
어쩔수 없지만..

오늘은 그냥 옛친구 글이라 생각하고 읽어줘요.

지금, 
제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요.
말기암이라.. 지금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지난 20여년 간을 모시고 같이  살았었는데... 이제 떠나 보내드려야 할 시간이 하루 하루 다가 오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유방암 선고를 받으시고, 수술받으신 후 3년 넘게 항암을 잘 해오고 계셨는데... 치료가 잘 안되었어요.
지난 1월 중순에 마지막 항암 받으시고, 건강이 급속하게 안좋아지셨어요.
그래서, 지난 번에 찍었던 CT를 읽어 보는데, 폐에 전이가 되어 물이 차고 있더군요.
그 이후 건강회복을 위해서 근 세달 간을 모친에게 올인하며 간호를 드렸는데, 회복이 안되더군요.
심지어 지지난 일요일에 호흡곤란으로 응급이 되어서 다니던 부산대병원 응급실로 오게 되었어요.
그땐 이미, 간과 뇌에도 다발성 전이가 발생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목요일 다시 응급이 와서 병실에서 중환자실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땐 중환자실에 들어갈때 의사는 임종 준비하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지금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서 간신히 살고 계십니다.

에전에 당신 말마따나 어머니는 저에게 하늘이고 땅이고 그랬던 분이신데..
이제 모든게 무너져 버리는 느낌입니다.
어머니 암선고 받으시고, 혹시모를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고, 어쩌면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살고 있었지만,,,
막상 이런 날이 오니.. 너무 힘이 드네요.
지난 3년간 항암치료를 저랑 매번 같이 다니셨어요.
길었던 항암기간인데...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준비해서 제가 모셔다 드리고, 반나절 이상을 기다려서 집에 모시곤오곤 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전 지난 3년간 어머니에게 모든 포커스가 다 맞춰져 있어요.
근데, 그것마저도 할 수 없으니..

천주교 신자는 돌아가시기 전에 신부님 환자를 위해서 편안한 안식을 가지라고 간략한 성사를 드립니다.
그래서, 오늘 신부님을 모시고, 어머니께 마지막, 종부성사를 드렸어요.

저도 매일 매일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내가 뭔갈 할 수 있는게 없으니... 참담하고 무능력하고  절망스러워졌어요.

누군가에게는 속 깊은 이야길 틀어놓고 펑펑 울고 싶지만....
그마저도 사치라는 생각때문에 쉽지 않네요.
어떻게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어떻게 풀어내고 살아가야 할지.. 모든게  쉽지않네요.

그러다가, 당신이 생각나서 글로나마 풀어써봅니다.
몇 년 만에 정식글인데, 안좋은 소식을 전해줘서 미안해요.

늦은 안부 인사 보내봅니다.
항상 당신 생각하며 행복하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긴글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이만줄입니다.